인생의 반을 동호회 안에서 보냈다. 처음엔 박정현노래가 좋아 팬까페 활동을, 군 입대 전엔 재즈음악에 꽂혀 재즈음악까페 활동을, 제대후엔 스윙댄스동호회를, 서른두살때부턴 직장인 연극 극단에 가입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.
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가도 돌이켜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란 걸 깨닫는다.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친구들,연인들을 그 곳에서 다 만들었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였다. 나의 매정함과 꾸준하지 못한 관심에 떠나버린 사람들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멀어졌음을 이해하려 한다.
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건 뒷담화가 9할이란 이야기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.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이별이야기에 더 흥미가 갔었고 타인의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이야기였다. 뒷담화는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는 은밀한 비밀이 많았으며 비밀을 많이 안다는 것은 동호회 내에서 인싸로 통하는 길이기도 했다. 비밀은 친한사람끼리만 전하는 내용이니 가지고 있는 비밀의 수가 많은수록 친한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.
그 곳은 뒷담화가 많은 곳이였다. 나이불문 수평적관계에서 오는 편안함이 서로의 감정, 생각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했었다. 각기 다른 술자리에서 수많은 비밀들이 오갔으며 주로 험담 아니면 애정전선에 대한 이야기였다. 첫 술자리에서 험담을 시도하기엔 가벼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 탐색전을 벌이며 눈치를 보곤 했다. 가벼운 이야기가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때 같이 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대라면 금새 친구 혹은 애인이 되기도 했다. 뒷담화야 말로 친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고 치트키란 걸 그 때 알았다.
지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는 적은 인원이 모여있는 곳이다. 과한 뒷담화는 동호회를 위험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. 무분별한 험담은 미움을 낳고 전염되기에, 즐거운 놀이지만 조심히 다뤄야 한다. 지금은 뒷담화를 자제하고 조금씩 즐기고 있지만 술자리에서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은 뒷담화들이 그립기도 하다.